장마라고 떠들던 기상청이 무색하게 비 하나 안 오는 날씨에 Y(친구)랑 만날 일이 생겨서 중간에 있는 카페를 찾아보니 감성 커피라는 곳이 생겼길래 다녀왔다. 들어가기 전부터 문을 활짝 열어 놓은 느낌이 나쁘지는 않았다. 적당한 카페 크기. 좋게 말하면 편하고 카페 사장님도 듣고 주변 손님들도 충분히 들을 수 있는 공간의 크기와 거리라서 굳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카페에 들어가는거라면 추천하지는 않는다. 덕분에 개인적인 내 친구와 나의 이야기를 사장님이 들으셨지 않을까 싶다.
카페 사장님 혼자서 운영하시는 것 같았다. 친구가 이미 계산하고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급하게 주문했다. 가격대는 최소 1800원(아메리카노) ~ 최대 6900원(허쉬 아몬드라떼)까지 다양했다. 나는 아이스티(2800원) 하나 시켰다. 계산하면서 하나 장점을 바로 발견했는데 보통 커피집에 가면 아이스와 핫 가격을 다르게 받아서 참 그랬는데 여기는 무조건 동일하다.
주문을 하고 아이스티가 나올 때가지 천천히 인테리어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카페를 가는 이유에는 커피맛도 있지만 인테리어 구경하는 재미도 있어서 카페를 자주 가는 편이다. 감성 커피는 '그때 그 감성'이라는 느낌을 살리려는 인테리어 컨셉을 잡은 것 같았다. 그래선지는 몰라도 지금은 잘 볼 수 없는 물건들이 보였다.
예전에 아버지가 수리 기사님이여서 그런지 몰라도 저런 옛날 물건들을 많이 볼 수가 있었다. 그래서 저 타자기, 사진기, 믹싱기들을 보니 정말 '그때는 그랬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테리어의 효과 덕분인가? 안 그래도 카페의 가판대에 팔고 있는 것들을 보면 이렇게 생각 날 수밖에 없다. 폰트도 그렇고 패키지도 그렇고.
저 끝에 보면 어머니의 손맛!라고 해서 쌀떡볶이 과자도 팔고 밀크 캬라멜,수제달고나,고구마형 이렇게 옛날 과자를 판다. 살까 말까 고민하는데 마침 주문했던 음료가 나왔다.
생각보다 너무 예뻐서 놀랬다. 사진에는 안나왔지만 커피 과자도 같이 줬다. 저 감성 문구를 보니까 옛날 사이다 디자인이 생각나는 건 디자인 성공이라는 거겠지. 영수증은 깜빡하고 안 받아서 오늘은 인증 고래를 못 그렸다. 꼭 다음부터는 잊지 않기로 하고, 맛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일단 내 아이스티는 엄청 달지 않아서 좋았지만 초반만 좋았지 저 얼음들이 녹기 시작하면서 맛이 점점 연해서 결국에는 뭔가 물에 복숭아향 첨가인 맛이 났다. 그래서 이 집에서 커피를 주문한다면 얼음을 조금 넣어달라고 하는 게 좋을 거 같다.
친구가 시켰던 건 상큼한 레몬맛이 가득해서 아이스티보다는 더 맛있었다. 무엇보다 그 흔히 말하는 인스타 감성으로 찍어도 될 정도로 예쁘게 나와서 마음에 든 것도 있지만.
★화장실을 갈 때 물티슈가 있다면 꼭 챙겨가야한다. 일단 화장실이 급해서 뒷문으로 나가면 바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화장실이 눈이 띄지 않는다. 왼편에 화장실을 찾더라도 들어가보면 딱 1칸짜리 작은 공간이라 불편하고 문을 닫고 하기에 애매해서 문을 열고 해야 하나 싶을 정도다. 나는 억지로 문을 닫고 사용했다. 그 후에 나와보니 손을 씻는 곳이 내 눈에는 도저히 안 보여서 카페 내에 있는 휴지에 마시는 물을 살짝 적셔서 손을 닦았다.
맛도 괜찮고 서비스도 나름 괜찮은데 화장실 때문에 조금 그랬다. 배가 비워져있고 밥 먹기 전에 잠시 만나 이야기할만한 곳을 찾는다면 이 집을 추천한다. 특히 여름이라 열어둔 문들 덕분에 바람이 이리 저리로 들어왔다. 엄청 더운 날이라면 이 카페가 생각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