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비가 그치던 점심쯤 늦은 아침과 이른 점심 겸 칼국수가 먹고 싶어 졌다. 그래서 보고 또 기다렸던 칼국수 집을 드디어 가보기로 했다. 오픈날에 손님이 많아서 칼국수는 맛도 못 보고 나왔던 바로 이 칼국수 집.(꼭 영업시간을 확인하세요.)
'달인 칼국수·김밥 본점'
이 가게가 동네에 생긴지 아마 한 달이 다 됐지 않나 싶다. 실은 첫날 때 김밥을 엄청 싸게 파는 행사가 있길래 김밥 좀 싸게 먹어보겠다고 갔다가 제대로 된 영업시간을 안 알아보고 가서 헛걸음만 하고 왔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주말에 밥 한 끼 먹으러 갔다가 많은 사람들에게 치여서 한참 기다리다가 겨우 자리에 앉았지만 칼국수는 다 팔려서 맛도 못 보고 나왔었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흔히 말하는 오픈날의 텐션이라 그렇겠지 하고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렇게 잊힐 때쯤 최근에 시간이 나서 먹고 왔다.가는 길 바로 옆에 범수네 칼국수가 있어서 지나가면서 볼 때마다 여기 부동산은 누가 관리하는거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딴말은 치우고 그냥 버스 타고 스쳐 지나가도 눈에 띄는 노란색 간판이 반겨주고 있다.
들어가면 막 새로 지은 집이라는 게 느껴질 정도로 깔끔한 인테리어가 기분을 좋게 만든다. 그리고 나름 개방식이라 김밥을 만드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칼국수도 잘하면 보일 거 같고., 그리고 앉을 수 있는 좌석이 어느 정도 있다. 손님이 많이 몰릴 때는 많이 부족한 좌석이다. 그러니 손님이 몰리기 전 일찍 오는 걸 추천한다.
이 집의 특이한 점이 있다면 오전 6시에 문을 열고 오후 2시면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아마 점심에 집중하자는 의미 아닐까 싶다. 그래서 정말 먹고 싶다면 점심 일찍 오는 게 좋다. 그리고 굳이 그렇게까지 이 칼국수를 먹어야 하나 의문이 들 것이다. 이유는 단 하나, 왜냐면 이 동네에서 정말 가성비를 따진다면 유일하게 기분 좋게 먹을 수 있는 집이기 때문이다. 그 증거로 바로 메뉴판을 보자면.
칼국수가 4000원이다. 무려 4천 원. 최근에 밥을 싸고 든든하게 먹으려고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 먹으려고 해도 4천 원보다는 더 내야 한다. 이 집에서 가성비를 대표하는 것은 바로 메뉴판 아래에 적혀있는 *칼국수 또는 국수 주문 시 할인*이다. 4천 원짜리 칼국수를 하나 시키면 김밥 할인으로 한 줄을 천 원으로 딱 먹으면 5천 원으로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이날 오빠와 나는 칼국수, 비빔국수와 김밥 한 줄씩을 시켰다. 주문을 하고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주문한 김밥이 먼저 나왔다.
알찬 김밥이 나왔다. 편의점에서도 싼 거 사 먹으려 해도 2000원이나 2800원이 기본인데 이 정도라니 너무 가성비가 좋다. 김밥을 몇 개 먹고 나니 국수가 나왔다.
칼국수와 비빔국수. 참고로 칼국수 면이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네모난 느낌이 아니었다. 둥근 면이었다. 그리고 비빔국수면은 칼국수 면보다는 얇은 면이었다. 아마 양념이 잘 먹어야 해서 조금 얇은 면이 아닐까 싶다. 비빔국수 같은 경우에는 칼국수 국물을 같이 준다. 칼국수는 말이 필요 없다. 진한 멸치 끊은 육수와 갖가지 재료들 그리고 내가 유부를 정말 좋아해서 칼국수에 유부가 들어있다는 것에 놀랍고 너무 기뻤다.
칼국수 양을 궁금해할 분들을 위해 당연히 사진을 찍어왔다.
면 자체도 탱글거리고 맛이 있었다. 면 자체도 탱글거리고 맛이 있었다. 다음에 이 집에 온다면 칼국수 말고 잔치국수도 먹어보고 싶다. 정말 국물이 진하고 맛있다. 내가 여태 먹은 국물 중에 가장 진하지 않을까 싶다. 이건 사람마다 느끼는게 다르니 참고만 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사진으로는 와닿지 않을테니 이 집을 추천해준 아버지의 말을 빌리자면 성인 남자 혼자 칼국수와 김밥 한줄 먹고 배불러서 소화제를 먹고싶을 정도로 만족하셨다고 말을 하셨다.
오빠와 단 만원으로 배부르고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이 집은 꼭 블로그에 기분 좋게 올려야지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찍었다. 만족스러우면 만족스러울수록 사진을 많이 찍게 된다. 친구한테도 맛있다고 소개해준 집이라 만약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도 이 집에서 나처럼 행복한 포만감을 느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