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를 가득 넣은 감상문이기 때문에 아직 보지 않은 사람들은 뒤로 가기를 누르길 바랍니다.
내 운명을 결정하는 건 무엇일까? 고민하는 당신에게 추천하는 영화.
영화를 다보고 나서 가슴에 여운이 많이 남아서 한동안 집에 가는 길에 생각을 했다. 매번 토이 스토리는 1편을 제외하고 새로운 장난감의 등장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이번 시리즈도 그랬다. 토이 스토리 3 이후로 우디의 새로운 주인 '보니'가 쓰레기통의 재료로 직접 만든 '포키'라는 장난감 캐릭터가 나온다. 포키는 영화 초반 내내 보니를 피해 자신의 고향인 쓰레기통에 들어간다. 이런 포키의 행동에 우디는 "우리는 보니의 장난감이야!"라는 말을 반복한다. 포키의 "왜? 왜 우리는 보니랑 있어야 한데?"라는 끝없는 질문을 던지다가 우디와의 대화를 통해 그리고 이후 전개되는 이야기로 자신이 장난감인 것을 받아들인다. 영화에 주연으로 이미 9년 전 자신의 주인의 선택에 의해 주인이 없는 세월을 보낸 '보'. 예전 주인을 잊지 못하고 오래전부터 정해져 있는 '장난감은 발에 적힌 이름에 따라 주인이 정해진다. 그 주인과 함께 해야 한다.'라는 운명을 벗어나지 못하는 '우디'를 통해 토이 스토리 4는 '과연 나는 무엇이고, 나는 어떤 삶을 살건가?'에 대해 계속해서 보여준다.
지금까지의 나도 초반의 포키처럼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집이 가난해서 또는 여유가 없어서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외면하고 '우리 집은 상황이 안좋아서 안될 거야.'라는 이유를 가지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예고로 가고 싶어서 중학생 때 고민을 많이 했었지만 그 당시 안 그래도 힘든 우리 집 상황이 점점 무너져갈 때라 결국 일반계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 뒤부터 우리 집은 안될 거야라는 생각이 더 자리에 잡히고 점점 부모님에게 가지고 싶은 것도 말하는 게 어려워지고 지원받는다는 자체가 죄스럽다는 마음이 나를 집어삼켰다. 결국 내가 하려는 것들이 돈이 좀 과하다 싶으면 멈추는 게 몸에 베인 습관이 되어 버렸다. 운전면허증을 준비할 때도 그 돈이 뭐라고 마지막까지 말하지 못했다. 이런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잊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집에 와서 처음 한 일이 내가 영화를 보고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 적었고 동시에 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생활 기록부를 찾아 봤다. 요새는 인터넷으로 내 과거의 기록을 볼 수 있다는게 얼마나 편하던지. 난 예전에 과연 무엇을 꿈꿨던걸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리고 걱정되는 마음으로 생활 기록부를 읽었을 때, 괜히 눈물이 나서 코가 매워졌다. 무엇보다 고등학생 때 내 생활 기록부를 읽는데 참 열심히 살았구나 싶었다. 다시 생각하면 내가 하고 싶었던 꿈을 포기하고 다른 것이라도 하자라는 마음으로 이것 저것 했던 흔적들이 보였다. 그것 또한 내가 결정하고 내가 열심히 살았던 흔적이었다. 굳이 꿈이 아니더라도 내가 하고싶어하는 것들을 찾아 헤매는 그 순간들, 그 노력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다. 물론 내 스스로가 100% 만족하지 않더라도 과거의 나는 열심히 살고 있었다. 지금의 나보다 훨씬 더 노력했다. 결국 포기했던 것이 환경 때문일지라도 그것은 가족을 위한 나의 결정이고 나의 용기였다. 포기할 수있는 용기.
단지 영화를 봤을 뿐이지만 과거 용기를 내준 나를 위해 열심히 살자는 맘이 들었다는게 스스로도 신기하고 토이 스토리 3의 엔딩을 생각해 크게 기대를 안하고 봤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재미있게 봤다. 어떤 영화를 볼까 고민 된다면 꼭 추천해주고싶다.
당신의 삶에도 용기가 있다를 알려주는 영화 '토이 스토리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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